이재명 대통령이 4월 10일 X(구 트위터)에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인 시신 훼손 영상을 공유하며 위안부 강제 동원, 유대인 학살과 다를 바 없다고 썼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다음날 "받아들일 수 없으며 강력한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초강경 성명을 냈고, 국내 야당 정치인들은 즉각 대통령 비판에 가세했다.

한동훈은 "외교가 아닌 선거용 국내 정치"라고 규정했고, 나경원은 "가짜뉴스 사이버 렉카"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과연 이 비판들은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하나씩 따져보자.
한동훈 "선거용이다" – 이 주장이 논증인가, 회피인가
한동훈의 비판 구조는 단순하다. 발언의 내용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발언의 동기가 불순하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라치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외교 갈등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논법의 치명적 문제가 있다. 어떤 발언이든 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했다면 모두 "선거용"으로 규정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내용을 반박하는 게 아니라 발언 자체를 무효화하는 프레임이다. 가자지구에서 어린이 2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유엔 집계가 있고,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 보고서에 이스라엘의 조직적 고문이 공식 기록됐다. 이 사실들이 "선거용 발언이었다"는 말 한마디로 없어지지는 않는다.
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 시절 국제 무대에서 전쟁범죄와 반인륜 범죄를 규탄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해 외교 활동을 했다. 그 시절 그가 국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냈을 때, 그것도 "국내 정치용"이었나? 자신이 했을 때는 외교이고, 이재명이 하면 선거운동이 되는 논리라면 이건 내용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발언자에 대한 적대감이다.
또 하나. 이스라엘 외무부가 강경 성명을 내자마자 야당 정치인들이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대통령 공격에 나섰다. 그렇다면 외국 정부의 성명을 국내 정쟁의 재료로 활용한 건 누구인가.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구도다.
나경원 "가짜뉴스"라고 했는데, 무엇이 가짜인가
나경원 의원의 비판 핵심은 두 가지다. 영상 속 사건이 2년 전 일이라는 것, 그리고 영상 출처 계정이 반이스라엘 성향이라는 것. 이걸 근거로 "가짜뉴스"라고 했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결정적 허점이 있다. 이스라엘 측도, 나경원도, 영상 속 사건 자체가 거짓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는 당시 이 사건을 공개 언급하며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abhorrent and egregious)"이라고 평가하고 이스라엘에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공식 반응을 보인 사건을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건 사실 왜곡이다.
날짜 문제도 마찬가지다. 2년 전 사건이라서 지금은 문제가 아닌가? 2024년 9월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 2026년 4월에 거론됐다고 해서 그 행위의 반인권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건이 공론화되지 않고 2년간 묻혀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일부일 수 있다.
나경원은 이 대통령에게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 그리고 우리 국민 앞에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유엔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최소 1500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만 850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체포했고, 조직적 고문을 자행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 앞에서 피해 사실을 지적한 사람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건, 사안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집는 것이다.
가장 불편한 질문 – 왜 이스라엘 앞에서는 침묵하는가
나경원과 한동훈은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 오랫동안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정치인들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인용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반인권 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 논리의 근거는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며, 가해 주체가 누구든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문제 앞에서는 같은 잣대가 작동하지 않는다. 유엔 기구가 공식 보고서를 통해 전쟁범죄와 조직적 고문을 기록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는데도, 이를 지적하는 대통령을 향해 "외교 참사"라고 한다.
이 불균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인권을 진심으로 보편적 가치로 여긴다면 가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반응이 이렇게 달라지면 안 된다. 결국 이들에게 인권이란 특정 상대를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북한 정권을 비판할 때는 인권의 언어를 쓰고, 이스라엘을 비판할 때는 외교의 언어로 막는다면, 그건 인권이 아니라 진영 논리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니다. 사전 외교 조율 없이 대통령이 직접 SNS로 전쟁 당사국을 겨냥한 방식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은 합당하다. 외교 전문가들이 "내용에 공감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는 듯 비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 부분도 새겨들을 만하다.
그러나 그 형식 비판과, "가짜뉴스"·"선거용"이라는 말로 내용 자체를 묻어버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비판하려면 내용으로 비판해야 한다. 지금 야당이 하고 있는 건 내용 비판이 아니라 프레임 전쟁이다.
결론 – 인권은 내 편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가치가 아니다
이번 사안에서 여러 논점이 뒤섞여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하나다.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믿는가, 아니면 상황에 따라 꺼내쓰는 도구로 여기는가.
북한 인권에는 목소리를 높이고, 가자지구 어린이 2만 명 사망에는 침묵하는 것. 유엔이 조직적 고문을 공식 기록한 사안에서는 "외교 문제"라며 입을 닫는 것. 이 선택들은 스스로 그 답을 말해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형식과 시점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발언의 배경이 된 사실들, 즉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 서안지구에서의 조직적 인권 침해, ICC의 체포영장이라는 사실들은 정치적 공방과 무관하게 엄연히 존재한다. 그 사실들을 "선거용"이나 "가짜뉴스"라는 말로 지워버릴 수는 없다.
이 글은 민들레 시민언론, 경향신문, 조선일보 이하원 기자 외교안보 칼럼, 매일신문 등 복수의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상반된 시각을 모두 검토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발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재명 대통령 이스라엘 발언 전말 총정리(여당 지지 vs 야당 비판,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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