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44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중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곳은 단연 대구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부터 딱 한 번도 보수 정당 후보가 패한 적 없는 곳. 그 30년의 벽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이 이제 2파전으로 압축됐고, 이진숙은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으며, 주호영 의원은 아직 유보 중이다. 판세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지금 대구시장 선거의 구도를 먼저 정리하자
4월 17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예비경선 결과 추경호(3선·대구 달성군)와 유영하(초선·대구 달서구갑)가 본경선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4월 19일 본경선 토론회를 거쳐 24~25일 투표, 26일 최종 후보가 발표될 예정이다.

상대편은 이미 확정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다.
그런데 이 단순한 구도가 복잡해진 이유가 있다. 바로 컷오프 후폭풍이다.
컷오프가 만든 균열 — 이진숙 무소속 결심, 주호영 유보
2026년 4월 3일 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당이 나를 밀어내고 있으니 밀려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 내가 당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당이 나를 밀어내는 것이다"라며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진숙은 장동혁 대표가 방미 일정 전 대구를 찾아 무소속 출마 재고를 거듭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숙은 대구 달성공원 새벽시장, 학교 체육대회 행사, 이월드, 수성못 등을 찾아 시민들과 접촉하며 선거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아시아투데이, 26년 4월 19일).
주호영은 좀 더 신중하다. 주호영은 SBS 출연에서 "무소속 출마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 결정은 됐는데 그것을 고정불변한 것으로는 여기지 않고 상황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대구MBC, 26년 4월 15일).
국민의힘 입장에선 악몽 같은 상황이다. 컷오프 전 여론조사에서 이진숙은 김부겸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던 후보였다. 그 사람이 무소속으로 나온다면 보수 표가 최소 3개로 쪼개진다.
이진숙과 주호영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4자 대결 구도에서 김부겸은 39~40%대 지지율로 선두를 유지했고, 국민의힘 후보 중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추경호(11%)뿐이었다(파이낸셜 뉴스, 26년 4월 17일).
숫자가 이렇게 나온다. 4자 구도가 되면 김부겸이 이긴다는 얘기다.
공관위는 왜 컷오프했나 — 납득되지 않는 이유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진숙 후보와 주호영 후보는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을 지켜온 분들이라서 대구시장이라는 단일 직위에 머물기보다, 국회와 국가정치 전반에서 더 크게 쓰이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아시아경제, 26년 3월 22일).
이 설명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더 큰 역할을 위해 배제했다'는 논리는,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있던 두 명을 내보내야 하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의심을 자연스럽게 부른다. 지금까지도 그 진짜 이유는 공개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추경호라는 후보의 정체 — 내란 중요임무 종사 기소 현황
경선을 통과하며 사실상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가장 유력한 위치에 있는 추경호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추경호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는 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3차례 변경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경향신문, 26년 3월 25일).
추경호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법원도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그것도 사실이다.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며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소 자체는 팩트다. 계엄 해제 표결 당일 밤,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90명이 표결에 불참했다. 그 결과 계엄 해제 결의안은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의원들이 빠진 이유와 추경호의 행동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가 지금 법정에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추경호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확정되고 본선 구도가 '김부겸 vs 추경호'가 된다면,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단순한 여야 대결을 넘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심판이 된다.
여론은 이미 말하고 있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대구 거주 성인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구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김부겸 전 총리는 49.5%로 1위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 6명의 지지율 합계(36.1%)보다 13.4%포인트 높은 수치였다(경향신문, 26년 3월 31일).
대구에서 이런 숫자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역사다. 2022년 8회 지방선거에서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이 78.75%였다. 불과 4년 만에 판이 이렇게 달라졌다.
홍준표의 말 한마디, 그 무게감
전직 대구시장이자 전 국민의힘 대표인 홍준표가 공개적으로 김부겸 지지를 선언했다. 그것만으로도 충격인데, 그 이유가 더 곱씹을 만하다.
홍 전 시장은 SNS를 통해 "난 중앙정부와 소통이 가능하고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을 후임 시장으로 추천했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를 공개 지지한 이유는 대구 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말이 핵심이다. "부산은 스윙보터 지역이라서 민주당이 가덕 신공항도 해주고 해양수산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막무가내식 투표.' 보수 정당 대표를 두 번 지낸 사람이 자신의 지지 기반에게 한 말이다. 독하지만, 틀리지 않다.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을 가져왔다. 대구는 TK 신공항 예산이 30조인데 대구시 연간 예산이 11조다.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 그런데 대구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국민의힘만 찍어왔다.
그래서 지금 대구시장 선거는 무엇인가
정리하면 이렇다.
국민의힘은 4월 26일 추경호 혹은 유영하 중 한 명을 최종 후보로 확정한다. 이후 이진숙의 무소속 출마 강행 여부, 주호영의 최종 결단에 따라 보수 표가 몇 갈래로 쪼개지느냐가 결정된다.
김부겸은 지금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고, 4자 구도가 되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크게 올라간다.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보수 결집이 얼마나 빠르게 되느냐가 변수다.
그리고 만약 최종 구도가 '김부겸 vs 추경호'가 된다면, 대구 유권자들은 단순한 당 색깔이 아니라 12·3 비상계엄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된다.
30년 동안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대구. 이번엔 진짜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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